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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가 아이를 망치는가, 부모를 망치는가?<선의의경쟁>

by 시네마 바바 2025. 4. 12.

“공부해라, 공부밖에 답이 없다.” 우리는 이런 말을 너무 오래, 너무 많이 들어왔다. 한국 사회에서 입시는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관문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 문 앞에서 무너지는 건 단지 아이들뿐일까? 입시는 과연 아이를 망치는 것일까, 아니면 그보다 더 먼저 부모를 무너뜨리는 걸까?

1. 입시 전쟁의 민낯 – <스카이 캐슬>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은 대한민국 최상위층의 입시 집착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부모는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집을 팔고, 인간관계를 조작하고, 아이의 삶 전체를 설계한다.

이 드라마가 주는 충격은 현실성이 있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도 사교육비로 수백만 원씩 쓰고, 학원 스케줄이 숨 쉴 틈조차 없는 아이들을 본다. 그런 환경에서 ‘아이’는 주체가 아니라 프로젝트가 된다. 입시는 결국, 부모의 욕망이 아이를 집어삼키는 구조</strong로 작동한다.

2. 경쟁만이 답일까 – <완득이> 속 소외된 아이

<완득이>는 입시 시스템에서 소외된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완득이는 학교에서 늘 주눅 들어 있고, 공부에도 관심이 없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는 여전히 입시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영화는 말한다. 모두가 경쟁의 레일에 올라설 필요는 없다.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평균 이하’에 있는 아이들에게 자비롭지 않다.

3. 교육이라는 이름의 폭력 – <벌새>의 침묵하는 상처

<벌새>는 학원과 학교를 오가며 ‘정상적인’ 성장기를 보내는 소녀 은희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일상에는 폭력과 무관심이 깊게 배어 있다. 은희는 부모로부터도 감정적으로 단절되어 있고, 사회는 성적이라는 기준으로 그녀를 평가한다.

이 영화는 교육이 아이를 성장시키기보다 조용히 망가뜨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상처는 소리 없이 쌓이고, 아이는 점점 자기 목소리를 잃는다.

4. 부모의 무너짐 – '성공 강박'이라는 이름의 중독

입시는 단지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 역시 입시라는 괴물 앞에서 변해간다. 성공 강박, 비교, 조급함은 부모를 ‘통제자’로 만든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의 삶을 설계하고 조율하며, 실패를 견디지 못하는 구조 속에 갇힌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더 큰 불안을 품는다. ‘나는 사랑받기 위해서 성적이 필요하다’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

5. 입시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 – 관계

입시는 성적을 남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잃는 것은 '관계'다. 아이와 부모, 친구,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끊기고, 공감보다 경쟁, 이해보다 비교가 우선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기다림이고 믿음이어야 한다. 하지만 입시는 기다릴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부모는 불안해지고, 아이는 지친다.

6. 우리는 입시보다 중요한 것을 지키고 있는가?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입시 성공’이라는 목표가 사람을 망가뜨리는 순간, 그건 더 이상 교육이 아니다.

입시는 시험일 뿐, 인생은 아니다. 영화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이도, 부모도, 결국 가장 지켜야 할 건 ‘사람다움’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