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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가족> 비평 리뷰 – "출가와 귀가 사이, 가족이라는 괴로움

by 시네마 바바 2025. 4. 23.

넷플릭스 영화 <대가족>은 가족 드라마라는 익숙한 장르 안에 불교적 세계관과 철학을 끌어들여, 전례 없는 독특한 서사를 완성한 작품이다. 승려로 출가해 있던 인물 ‘경근’(김윤석 분)이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설정만으로도 영화는 종교적 사유와 세속적 현실이 충돌하는 지점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대가족 영화 포스터

출가의 의미: 도피인가, 해탈인가

주인공 경근은 출가하여 절에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조차 완전한 평온을 얻지 못한 인물이다. 그는 진심으로 해탈을 추구했는가, 아니면 가족이라는 관계의 피로와 상처로부터 도망친 것인가? 영화는 이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는다. 대신 경근이 절과 집 사이를 오가며 겪는 혼란을 통해, '출가'라는 행위가 단순한 공간적 이동이 아닌, 정체성과 존재 방식의 선택임을 보여준다.

특히 불교적 개념인 ‘무소유’와 ‘무아’는 영화 속에서 가족관계와 상충한다. 가족이란 본래 무소유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우리는 가족을 통해 소속되고, 그 안에서 특정한 역할을 맡으며, 자아를 규정짓는다. 경근이 가족과 다시 마주하면서 겪는 감정의 진폭은, 그가 수행자로서 진정 자유로웠는지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킨다.

세속의 질서와 종교적 이상 사이의 균열

영화는 절제된 화면과 느린 호흡, 대사보다는 침묵이 주도하는 연출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경근의 내면에 천천히 침잠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격렬한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장례식을 둘러싼 가족들의 갈등은 단지 유산이나 역할 분담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가 가진 가치관의 충돌이다.

경근은 ‘관계를 끊는 것’이 괴로움의 종식이라 믿는 반면, 남은 가족들은 ‘어떤 식으로든 이어가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불교적 이상과 세속적 윤리의 균열을 정확히 포착한다. 무엇이 옳고 그르냐가 아니라, 둘 사이의 간극이 존재함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관객은 선택하지 않은 길의 고통을 함께 느끼게 된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 괴로움의 근원 혹은 깨달음의 터전

제목인 <대가족>은 단순히 ‘구성원 수가 많은 가족’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떠나도 끝나지 않는 관계의 무게’를 은유한다. 경근에게 가족은 이미 떠난 세계 같지만, 실제로는 그가 계속해서 끌려들어가는 ‘윤회의 바퀴’처럼 반복되는 존재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가족을 완전히 부정하지도, 이상화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극의 말미, 경근이 선택한 행동은 가족의 품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것도, 다시 절로 숨는 것도 아니다. 이 ‘중간 지점’에서 영화는 관객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관계 없이 살 수 있는가?

김윤석은 복잡한 감정을 절제된 표정으로 표현하며, 이승기는 감정적 현실을 직시하는 인물로서 완급을 조절하며 호흡을 맞춘다. 두 배우의 연기는 영화의 철학적 긴장감을 무겁게 끌고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대가족>은 가족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동시에, 우리 삶의 본질적 질문에 접근하는 영화다. 출가한 사람도, 집 안에 남은 사람도, 모두가 어딘가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며, 동시에 그 끈을 놓지 못한다. 이 모순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